난치병 세포치료 길 열어
[한겨레 2004-12-24 14:30]
[한겨레] 사람 난자·체세포로 줄기세포 세계 첫 복제
문신용·황우석 교수팀…생명윤리 논란도
[4판] 한국과 미국 공동연구진이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 등 뇌질환·당뇨병·심장병 등 난치병을 세포치료로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 성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연구과정에 생성되는 핵이식 배아를 사람 자궁에 착상할 경우 바로 인간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학기술부 프런티어사업단인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의 황우석(서울대 수의과학대학)·문신용(〃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은 12일 미국 미시간대학의 시벨리 교수와 공동으로 체세포 핵을 이식한 배아를 이용해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해 이 기술과 복제된 인간 배아 줄기세포에 대해 국제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동물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를 결합시키는 ‘이종간 핵이식’을 통하거나 인간의 잉여 냉동 수정란을 이용해 배아 줄기세포를 만든 경우는 있으나, 사람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 핵을 넣어 복제배아를 만들고 배양을 통해 인간배아 줄기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10여명의 자원자한테서 모두 242개의 정상 난자를 얻어 난자에서 핵을 빼내고 난자 제공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세포융합을 한 뒤 배양을 통해 배반포 단계까지 발육시켰다. 이 과정을 통해 모두 30개의 배반포를 얻었으며, 최종적으로 1개의 신경세포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 13일치에 실릴 예정이며, 황 교수팀은 같은 날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그랜드하이엇호텔에서 세계 각국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황 교수는 이날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완성된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분자생물학 기법으로 조사한 결과,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복제배아 줄기세포의 유전자가 일치함을 입증했다”며 “이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서 복제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추정해온 그동안의 통설을 뒤집는 것이다”고 말했다.
도널드 케네디 <사이언스> 편집장도 “한-미 공동연구진의 놀라운 성공은 동물복제에 적용하는 체세포 복제기술을 치료용 인간 줄기세포 생성에 이용함으로써 가능했다”며 “세계적 연구업적이 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한편,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실험은 인간배아 파괴, 개체 복제로 이어질 가능성 확인 등 인간 존엄성을 훼손시킬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비난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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