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우리도 화성 가자”
[한겨레 2004-06-01 19:48]
[한겨레] 박철 KAIST 교수 ‘우주발사체 기술 심포지엄’
오는 2010년을 목표로 개발되는 한국산 실용위성급 우주발사체가 화성 탐사에 나설 성능을 충분히 지니며, 2017년이 화성 탐사의 최적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우주항공학계에서 제기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주장은 미국항공우주국(나사)에서 30년 넘게 우주선의 개념설계 등 우주계획에 참여했던 ‘베테랑’ 우주과학자가 우리 우주기술 수준을 평가한 뒤 제기한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철 한국과학기술원 교수(항공우주공학과)는 최근 과학기술원 우주발사체핵심기술연구센터(소장 박승오 교수)가 연 ‘우주발사체 기술 심포지엄’에서 “개념 연구를 벌인 결과, 한국이 개발하는 2010년형 우주발사체로도 큰 추가비용의 부담 없이 화성을 탐사하는 게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34년간 나사에서 화성 유인우주선 개념계획 등에 참여했으며, 일본 우주항공학계에서도 3년 동안 활동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2010년에 1t급, 2015년에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궤도에 싣고 올라갈 액체추진 우주발사체를 개발한다는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을 199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완성 1t급 우주발사체, 탐사성능 충분해
13년후 화성착륙 최적기때 한국도 도전해 볼만
거듬들여 꼭 가야 하나? 논의 공론화 필요성도
박 교수의 분석을 보면, 2010년형 우주발사체의 탑재중량 1t 가운데 지구를 벗어나는 데 필요한 연료(775㎏)를 포함한 필수중량 861㎏을 빼고도 여유중량은 139㎏이나 남는다. “139㎏은 화성 궤도탐사나 착륙탐사에 필요한 장비 중량을 감안해도 과학탐사용으로 각각 21㎏과 61.3㎏을 따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그는 우리나라 발사체가 채택한 ‘케로신-액화산소(LOX)’ 연료방식은 미국 우주선의 방식보다 훨씬 안정적이며 우수해 이런 구상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화성 궤도탐사선보다는 오히려 나사의 화성탐사로봇 오퍼튜니티처럼 화성에 내려 탐사하는 방안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화성 궤도탐사선은 화성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절대감속을 해야 하는데 이 때 소비되는 연료의 탑재중량이 그만큼 늘게 된다.
박 교수는 “반면에 화성 착륙은 감속할 필요가 없어 탐재중량의 여유가 훨씬 더 크다”라며 “화성 진입·착륙에 필요한 열방어구조체, 에어백, 분리장치 등을 추가 개발해야 하지만 그 비용은 발사체 개발비의 10~20%에 불과하고 우리 수준에서 볼 때 기술 개발도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화성의 공전 위치를 고려할 때 가장 적게 연료를 쓰는 탐사의 최적기는 △화성 궤도탐사 때 2011년, 2027년 △화성 착륙탐사 때 2017년이란 계산도 산출됐다.
이런 주장은 미국·러시아·유럽·일본에 이어 중국·인도도 앞다퉈 화성 탐사에 나서거나 탐사계획을 발표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비롯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에 행성 탐사계획을 포함하는 방안도 실제로 추진되고 있다.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박 교수의 제안도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일이지만 우선 화성 유인탐사 등 국제공동 우주탐사계획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라며 “올해 예정된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의 변경 때 행성 탐사계획을 새로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일단 우주발사체가 개발되면 인공위성 발사 외에 다양한 우주탐사 프로그램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행성(화성) 탐사 구상이 실제 계획으로 추진될 때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동광 소장은 “역사상 대부분의 우주탐사는 냉전의 산물이었거나 과학을 국력 과시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발상에서 비롯했다”라며 “막대한 국가예산이 들어갈 행성, 화성 탐사가 우리한테 꼭 필요한 사업인지에 대한 논의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우주항공학계 내부의 행성(화성) 탐사 논의가 우리나라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에 새로운 질적 수정을 가져올지, 그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0년 1t급 실용위성 우주발사체 개발에 앞서, 소형위성인 과학기술위성2호를 지구 궤도에 쏘아올릴 우주발사체를 2005년까지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와 기술협력 일정이 늦춰져 전체 추진계획의 순연이 불가피한 상태다.
오철우 기자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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