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운영 개선안 ‘겉핥기’
[한겨레 2004-03-10 19:07]
[한겨레] 잇단 잡음에 외부평가·전용카드제등 도입키로
"부처간 예산경쟁·중복투자 먼저 해결을" 지적 산업자원부가 연간 1조1천억원에 이르는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방안을 10일 발표했다.
산자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산하 기관인 산업기술평가원을 통해서 집행되고 있는데, 최근 부당한 연구과제 선정과 연구비 유용, 중복투자, 산기평 내부비리 의혹 등 방만하고 주먹구구식 연구개발비 운용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개선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연구개발예산의 중복과 낭비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 산자부의 ‘혁신방안’ 산자부는 앞으로 연구개발과제를 선정할 때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와 산·학·연 관계자들로 외부평가단을 구성해 평가관리 업무 전반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경우 무작위 샘플조사를 통해 평가과정과 결과, 연구개발비 조정에 대한 기술적 검증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까지 산기평 홈페이지(itep.re.kr)를 통해 외부평가단 참여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기관의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이와함께 연구개발비 관련 민원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온라인 종합민원시스템을 다음달 구축하기로 했다. 이밖에 △연구개발비의 정산업무 공인회계사 위탁 △연구비 전용카드제 도입 △산기평 고위 연구원 공직자 재산등록 등의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본질을 벗어난 겉치레 개선 그러나 산자부의 이런 연구개발 예산 투명성 제고방안은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제도와 관행을 조금 변형한 것에 불과하다. 산기평 관계자는 “이미 각 연구개발 과제를 선정할 때마다 7천여명의 국내 전문가풀에서 외부평가위원을 선발해 평가회의를 하고 있는데 추가로 외부평가단을 구성한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외부인사가 월 수백건의에 이르는 과제들을 기술적으로 검증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민원시스템의 도입도, 이미 산기평에서는 민원 전담 상담역을 두고 온라인으로 들어오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해주고 있어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박상욱 과학기술인연합회 운영위원은 “국가 연구개발예산의 근본적인 문제는 예산 기획과 평가, 조정기능을 각 부처가 따로따로 하면서 발생하는 예산의 중복과 낭비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며 “우선 국가예산으로 추진되고 있는 모든 연구개발과제에 대한 정보부터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광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소장도 “산자부, 과기부, 정통부 등 부처간의 예산경쟁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중복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에서 개별 부처 산하평가기관의 업무개선만으로는 아무런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박순빈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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