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DB' 또 논란인다
[경향신문 2004-02-24 19:38]
경찰이 최근 미아 찾기를 위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계획을 밝히자 관련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두 번째. 2001년 보건복지부가 대검찰청, 한국복지재단 등과 함께 ‘유전자DB를 통한 미아 찾기 사업’을 공식 추진하려다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쳐 유보한 적이 있다.
추진 주체가 복지부에서 경찰로 바뀐 이번 유전자DB 구축에 대해 미아찾기 관련 시민단체들은 강력 지지하지만 또다른 시민단체들은 ‘인권침해’와 ‘유전자DB화 대상 확대’ 소지를 들어 반대하거나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지문날인반대연대 윤현식씨는 24일 “현재 미아관리 시스템이 엉망인 상황에서 유전자DB화가 실질적 효과를 낼지 의심스럽고 유전자 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미국처럼 미아신고가 들어오면 납치나 유괴에 준하는 범죄로 인지하고 초동수사를 강화해 기존 미아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미아 실종가족찾기 시민모임 나주봉 회장은 우선 “경찰이 전국의 조직을 이용해 이른 시일 안에 DB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이번 계획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전자DB화는 우리에게는 생사가 달린 일”이라며 “장기 미아는 얼굴만 보고 찾을 수 없으며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은 유전자 검사뿐”이라고 말했다.
2001년 보건복지부 계획에 반대했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신중론을 펴면서도 경찰의 유전자DB화 확대 움직임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과학센터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미아찾기’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유감”이라며 “효율적인 미아찾기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유전자DB 구축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DB화가 도입되면 그 대상이 점점 확대되고 국가기관들 사이에서 그 정보가 악용될까 우려가 크다”면서 “DB 구축에 앞서 유전자 정보를 악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종목·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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