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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3 05:17:38 | 조회 : 98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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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에도 참여민주주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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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에도 참여민주주의를
[한겨레 2004-06-15 18:17]
[한겨레] 과학기술 관련 정책 일반시민과 합의하라
주지하듯이, 과학기술은 이제 사회와 일반 시민 개개인의 삶에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학기술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이처럼 우리들 개개인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학기술과 관련한 정책은 누가 결정하는가.
지금까지는 당연히 과학기술 전문가들과 관료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과학기술 정책결정에 대한 이런 기술관료적 관행과 사고방식이 국내외적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본다. 과학기술 관련 공공정책의 영역에도 이제 민주주의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오늘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합의회의’도 그 중 하나이다.
합의회의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패널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과학기술에 대한 공론을 정하는 장이다. 이 패널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다양한 견해를 지닌 전문가들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고 이들과 토론한 뒤, 시민패널 내부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채택한 최종적인 정책권고안을 사회에 공표한다. 합의회의는 전문가집단에 국한됐던 과학기술 관련 정책결정과정을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한다. 이 점에서 기존의 기술관료적 정책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울러 합의회의는 시민단체 대표들에 국한됐던 기존의 시민참여 방식과도 많이 다르다.
합의회의는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경험 속에서 축적해온 상식과 지혜, 그리고 전문가들로부터 제공받는 균형잡힌 정보에 기반한다. 자신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과학기술적 사안에 대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이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참여민주주의적 실천방식이다. 합의회의는 덴마크에서 1987년에 처음으로 개최된 이래 유럽·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일본 등 많은 나라들로 확산하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가 최근 우리나라 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시민합의회의를 올해 안에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잘 알려져 있듯이, 최근 ‘부안사태’로 상징되었던 핵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엄청난 사회갈등이 벌어졌다. 그 근원에는 현재 원자력에 40%를 의존하는 우리나라 전력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는 다른 에너지원에 눈을 돌릴 것인가의 문제가 있었다. 즉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원자력 중심의 우리나라 전력정책을 향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모함으로써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납세자로서, 그리고 전력의 소비자로서 일반 시민들이 우리나라 전력정책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한 결과를 시민들과 정책당국자에 공표할 시민합의회의는 매우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과학사회학) leeyoung@catholic.ac.kr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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